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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빚쟁이 친구, 그게 누구?-신성수 베드로 신부

  • 관리자
  • 2020-12-23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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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수현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어렵게 취업해 회사에 다니게 되었는데,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 월급은 200만 원인데 한 달에 쓰는 돈은 350만 원이라고 한다. 좀 아껴 쓰라고 충고도 해 보지만, 이래저래 나가는 돈이 많다며 새겨 듣지 않는다. 이 친구는늘 나에게 돈을 빌린다. 한두 번은 흔쾌히 빌려주었지만,점점 나도 부담스러워졌다. 사람들에게 수현이처럼 살고 싶냐고 물어보면 다들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수현이처럼 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얼마나? 그게 나이고, 그게 우리 모두이다.


타일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나의 빚쟁이 친구’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가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요즘처럼 생태자원을 소비한다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지구가 3~4개 필요하다고 합니다(더욱이 이 통계는 2017년자료입니다). 그러니까 이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은 미래에 쓸 자원을 미리 당겨 쓴다는 건데요. 그러니 수현이가 1.75배 빚을 졌다면, 오늘날 우리는 3~4배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는 왜 그 심각성, 위기를느끼지 못할까요?


문제는 눈으로 보이는 가격의 함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가지 용어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바로 ‘가성비’와 ‘외부 효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가성비’라는 용어가 소비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는데, 텀블러나 컵을 사용하는 수고로움보다는 일회용품을 택하는 것, 오래된 물건을 고치는 것보다 최저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대형마트나 소셜커머스에서는 이 ‘가성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우리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지금도 잘 통합니다. 내 주변을 둘러보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울러 우리가 지금 지불하는 가격에는 ‘외부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표적인 가격이 전기세입니다. 사실 전기요금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세’라는 표현이 익숙한 이유는 그 가격에 다양한 세금이 붙기 때문입니다. 주택, 교육, 산업 등등의 영역에 따라 다양한 세금이 부과되며, 심지어 주택용에는 누진 요금이 추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그 인식이 여전합니다.
이 전기요금에는 생태-환경과 관련된 외부 효과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도권에는 화력·원자력 발전소가 없는 대신, 외딴 해안가에 이런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경오염, 처리와 관련된 비용은 전혀 이 가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응당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인데, 과연 이 비용이나 책임은 누가 더 부담할까요? 아니 그 피해는 누가 더 많이 입을까요?
다시금 코로나19가 늘어나면서 3차 팬데믹이 진행 중에 있고 다들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우려해야 할 것들은 있습니다. 이 엄청난 위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낭비’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제발 부동산, 주식같은 탐욕 가득한 경제공부 말고 지구의 절박한(?) 경제공부를 해야 할 때입니다.

 신성수 베드로 신부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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