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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영성 이야기 20

  • 유병숙
  • 2019-12-06 13:15:17
  • hit1768
  • 175.203.195.204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함께 열어 가는 생태영성 이야기 20
우리는 어느 편에 설까요?

경제(economy)는 집안(eco < oikos) 살림(nomy < nomos)이고, 생태(ecology)는 집안(eco < oikos) 이야기(logy < logos)입니다. 집안 살림이 경제이고 집안 이야기가 생태입니다. 집안 이야기는 집안 살림 이야기를 뜻하므로 경제가 생태이고 생태가 경제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경제가 집안 살림이라는 말은 사실 경제가 경제이고 집안 살림이 집안 살림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생태도 역시 생태가 생태이고 집안 살림이 집안 살림이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경제도 생태도 집안 살림도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인데, 말이 변천하면서 마치 다른 말을 연결해 놓은 것 같이 보일 뿐입니다.

가지들이 무성한 나무를 놓고 보면 위에 뻗어 있는 가지들은 서로 다른 자리에 있어도, 밑으로, 맨 밑으로 내려서면 하나의 줄기에서 모두 만납니다. 그런 것처럼 economy도 ecology도 하나로 만나서 경제와 생태가 모두 하나의 집안 살림에서 하나로 만나게 되는데요, 이렇게 원래 하나인, 적어도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경제와 생태가 하나의 집안 살림으로서 서로 만나서 상생하지 않으면 상쟁하는 파국적 결과를 낳게 됩니다. 경제와 생태와 집안 살림이 이렇게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는 인식 위에서 오늘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통합 생태적으로 이해하고 응답할 방향을 함께 성찰해 보고 싶습니다.

가정 살림이 가정 경제이자 가정 생태이고, 지역 살림이 지역 경제이자 지역 생태이며, 나라 살림이 국가 경제이자 국가 생태입니다. 동아시아 살림이 동아시아 경제이자 동아시아 생태이고, 세계 살림이 세계 경제이자 세계 생태이며, 지구 살림이 지구 경제이자 지구 생태이고, 우주 살림이 우주 경제이자 우주 생태입니다.

하느님의 살림이 하느님의 경제이자 하느님의 생태이고, 성령의 살림이 성령의 경제이자 성령의 생태이며, 그리스도의 살림이 그리스도의 경제이자 그리스도의 생태입니다. 이것은 가정과 지역과 국가와 동아시아와 세계와 지구와 우주가 하나의 집이라는 것을 뜻하고, 이 모든 집이 하나의 존재의 바닥, 하느님 안에 하느님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지금 하느님의 하나의 살림 안에서 하나의 계보로 이어진 생명체들의 다양한 집들의 집, 저 하나의 집 지구 살림과 지구 경제와 지구 생태가 총체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20세기를 전후해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석유와 전기입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하면서 알고 있는 것처럼 석유는 전세계의 가정과 기업, 공공기관에서 에너지로 쓰이고 다양한 생활 용품 원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가 너무도 많이 배출되어 지구의 기온이 높아져 왔습니다. 그리하여 북극 얼음이 벌써 많이 녹아 내려서 바다의 수면이 높아지고 있고, 바다의 염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닷물의 흐름까지 변화시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체험하는 기후 변화는 단순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만이 아니라, 하늘에서도 바다에서도 모두 나타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 시대에 자연에 폭력적인 형태로 개발하며 살아온 결과로 우리가 기후 변화를 파국적인 형태로 발생시켜 왔습니다. 이 실상을 알고 생태적 회심을 통해서 새로운 생활 방식을 선택할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설령 알아도 자연 파괴의 영향을 무시하면서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교회 우리 신앙 공동체는 어느 편에 설까요?

지난 번에도 이미 이 물음을 제기한 적이 있지만, 이런 물음에 대한 한 응답으로서, 이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좀 더 꼼꼼하게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생태적 행동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우리의 실천을 격려하시고 또 요청하십니다. “환경 보호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주는 다양한 행동을 고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이나 종이의 사용을 삼가고, 물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적당히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생명체를 사랑으로 돌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 함께 타기를 실천하고, 나무를 심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211항).

이 가운데 많은 것을 우리는 이미 실천해 왔습니다. 이제 이런 실천들을 단순히 자연 보호나 검소한 생활을 통한 물자 절약 차원에서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만물과 함께 살면서 하느님의 집을 지키고 일구는 믿음의 행위로 승화시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생태적 실천과 신앙 실천을 통합하여 일상에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운동을 심화시키기 위해 2019년 3월 10일자 가톨릭신문 3135호에 “이산화탄소 단식 운동을 제안한다”는 글을 특별기고로 발표하였습니다.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04430). 이런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최상의 면모를 보여 주는 관대하고 품위 있는 창의력에 속하는 것”이고 이렇게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협력한다는 “뜻깊은 동기에서, 물건을 쉽게 내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존엄을 표현하는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다”(찬미받으소서 211항)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받은 경험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요?”
교황님은 이런 의문들에 대해서 이렇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노력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맺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때로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늘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선을 이 세상에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행동의 실천은 우리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우리가 삶의 깊이를 더하고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체험하게 해 줍니다”(찬미받으소서 212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런 말씀들을 통해서 생태적 행동이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인격을 살고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실천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십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집을 돌보는 우리의 생태적 실천은 우리의 존재 밖에서 부과되는 의무나 외부에서 요구되는 책임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안에서 샘솟듯 솟아올라오는 자기 존엄의 실현 과정이 되어 주리라고 믿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에게서 온 사람은 하느님의 집을 돌볼 것입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자문위원 황종열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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