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당신이 주님이신 이유는 당신이 우리 위에 계시기 때문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주님이신 이유는 당신이 우리와 함께 고통을 겪으셨기 때문입니다. 주님, 당신이 생후 6개월 만에 소아마비에 걸려서 다리를 저는 저의 주님이신 이유는 당신이 저같은 사람들이 겪은 아픔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주어도 그들에게 파괴당하는 이 우주 만물의 주님이신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 파괴당하는 이 우주 만물 안에서 이 우주 만물을 통하여 “여전히” 일하시면서 이 우주 만물을 당신의 집 당신의 친구 당신의 계시로 삼으시기 때문입니다.
이 우주 만물의 고통을 당신의 고통으로 끌어안으신 채 당신의 그 온 창조물 안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우리를 기다려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먹을 양식을 주시듯 당신을 우리의 영혼의 양식으로 내어주시면서요, 주님.
그러하오니, 주님, 저희가 이 거룩한 때에 당신의 수난과 부활과 성령 강림을 묵상하면서 자연 만물의 아픔을 당신의 고통과 연결해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자연의 파괴로 고통당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농부들 특히 당신의 농부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와 세월호에 갇힌 채 찬 바다 속에서 당신이 주시는 숨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간 사람들, 당신의 민중이 겪었던 아픔을 당신의 고난과 함께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 당신께서 있어라 해서 생긴 빛 안에서 당신이 마련하신 하늘과 땅 사이에서 당신이 흙에서 내주신 것들을 먹고 당신의 숨과 당신의 물로 살면서 이 모든 당신의 선물에 감사하며 당신께 받은 것들을 함께 나누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의 “생태인”으로서, 주님, 당신 말씀으로 창조하시고 당신 부활의 현존으로 충만하게 하신 당신의 온 창조물과 당신의 온 사람들과 더불어 당신의 살림의 영광을 아름답게 경축하게 해주십시오, 주님.
황종열 (레오,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대전교구생태환경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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