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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지금부터 약 25년 전 저는 대사동에서 1년을 살았습니다. 대사동 보좌신부로서 보문산 골짜기를 휘젓고 다니면서 참 즐거웠습니다.
시루봉에 오르내리며 마셨던 공기와 물과 오가며 만났던 나무와 돌과 새들과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던 추억이, 그분들과 나누었던 사랑이 저의 기억과 제 몸에 남아 있습니다.
보문산을 통해 사랑과 우정을 나누었던 시간은 제 삶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재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그 추억이 깃든 보문산에 오랜만에 다시 올랐습니다. 제가 자주 오르내리던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인공 구조물들이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중에는 눈 뜨고 보기 힘든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우정과 사랑이 깃들어 있는 보문산은 간데없고 흉물스러운 구조물들만 망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또 거대한 50미터짜리 탑을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보문산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힘을 빼앗는 것이고, 거대한 탑을 세우고는 것은 그 산을 통해서 온전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대한 폭력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산업문명의 폐해를 극복하고 ‘생태문명’을 이루어야 할 위대한 과업을 부여받은 세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코로나로 고생을 하고있는 근원적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른 존재들을 근본적으로 무시한 채 모든 권리를 당연하다는 듯 인간에게 부여하는 태도에 그 원인이 있는 것 아닙니까?
보문산은 자연스럽고 풍요롭게 유지 보존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신학자 토마스베리는 말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자신의 역할, 존엄성, 자생성을 갖고 있고, 모든 존재는 인정받고 존경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나무는 나무의 권리를, 벌레는 벌레의 권리를, 강은 강의 권리를 산은 산의 권리를 갖고 있는다. 그러나 그 모든 권리는 제한적이고 상대적이다.
인간의 경우도 그러하다. 우리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즉 우리가 필요로하는 자양분과 은신처를 가질 권리를 지닌다. 그러나 다른 종들을 그들의 서식지로부터 몰아낼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종들의 이동 통로를 방해할 권리가 없다. 또한 지구 행성의 생명체계를 교란시킬 권리도 없다. 우리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절대적인 방식으로 지구를 소유할 권리가 없다.”
보문산이 누구의 것입니까?
내 것도 네 것도 아닙니다. 보문산은 보문산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보문산이 저에게 큰 사랑과 재산을 부여해 주었듯 앞으로도 무수한 사람들에게도 사랑으로 우정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보문산에 포크레인을 들이대는 것은 우리가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는 일입니다.
자기가 앉은 자리가 자기 소유다 ‘내 권리다’라고 하면서 자기 의자 밑에 구멍을 내는 사람을 우리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습니까?
다같이 죽자고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을 우리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습니까?
대전 시장과 대전시는 보문산을 개발업자들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산의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 산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생명과 사랑과 우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두 달 전, 보문산에 20년 만에 오르던 날, 주일 오후였습니다.
거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를 걸어서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친구들과 함께 보문산의 자연과 하나 되어서 귀한 사연들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예상컨대, 거대한 탑을 세운다고 그 아름다운 산책로에 대형트럭들이 오가게 될 것이고, 탑에 오르는 분들을 모신다고 찻길을 넓히고 정작 사람들의 발걸음은 막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이 탑은 누구를 위한 탑입니까?
대전시는 보문산을 파괴하지 말고 그대로 잘 보존하고 보호하라고 하시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어리석은 짓을 멈추십시오.
멸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자고 하는 시민들의 소리에 귀를 막아서 하느님의 뜻에 반기를 드는 짓을 멈추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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