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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공원 갑천 자연하천구간 플로깅에 다녀와서/김명숙 글라라

  • 관리자
  • 2021-12-03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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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모대학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가 작년 3월25일 한국으로 출장와서 지금까지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도 하고 글도 쓰곤 했지만, 오늘(11월 27일)은 가장 의미있는 행사에 참석하고 이 글을 쓴다.

생태환경위원회에서 월평공원 갑천 자연하천구간 플로깅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왔다. 가고 싶은 마음은 큰데 일정을 맞출 수 없을 듯 했다. 하지만 어렵게 참석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은 떨림으로 다가왔다. 핸드폰의 맵을 켜서 한 시간 달려서 정수원 인근 갑천 자연하천구간에 도착했다. 그 주위에 펼쳐진 월평공원 갑천 자연하천구간의 모습은 내가 그동안 자전거 타고 달렸던 그 갑천하고는 조금은 달랐다. 잘못 왔나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런데 곧이어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갑천을 지키고자 추운 날씨에도 삼삼오오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 여자, 어른, 아이 각자가 집게와 쓰레기 봉투 등을 들고 왔다. 이 모든 것을 반갑게 맞아주면서 우린 서로 인사로 맞아들였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서로에게 따뜻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와 주어서 너무도  감사합니다 ”
 
갑천 자연하천구간을 걸었다.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억새와 갈대,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앙상하게 남겨진 뼈마디만이 주 측을 이루고 있는 갖가지 나무들, 그런 그 속에서 비좁은 물길을 따라 소리 없이 조용하게 흘러내리고 있는 물, 거기에 더해 장마에 뒤덮였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엉켜있는 것들... 모두가 반갑게 맞아주는 이 아침이다. 그에 질 새라 함께 사알짝 겨울의 모습인 얼음까지 얼어서 떨어진 낙엽을 오들오들 떨게 만들고 있는 이 시간이 행복 속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갑천 플로깅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듣고는 씁쓸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의 습지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니. 18살 소녀 유관순 열사가 “이 나라를 위해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불행”이라고 울부짖으면서... 목숨을 바쳐 만들어 놓은 이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 그 속의 대전의 아름다운 월평공원 갑천 자연하천구간 플로깅을 하면서 난 일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찬양해서가 아니다. 일본인들이 자연생태계를 생각하면서 하나 하나 만들어 가고 
더더욱 각지역의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습지. 하천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잠깐 내가 살고 경험한 동경의 습지. 하천의 모습... 동경임에도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더 많다. 일년에 몇 번의 태풍이 아니고 수시로 태풍과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이다. 일본은 섬나라라서 각 지역에 있는 하천이 맞닿는 곳이 바다이기에 위험요소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2011년 동경 대지진 때를 보면 50개 현이 한 시간만에 다 물속에 잠겼었다. 비가 내리면 그 하천은 물이 넘칠 수도 있고, 습지 하천이 막혀 천연자연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염려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콘크리트 둑을 쌓고 흙이 아닌 갖가지 환경파괴 재료(우레탄이나 아스팔트, 시멘트 등)로 도로를 만들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연을 살리면서 지역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 시간이 걸리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천의 둑에 나무를 심고 각 하천이 물이 범람하지 않고 맞부딪히지 않게 배수로를 만들었다. 정확한 배수로를 만들고 둑이 무너지지 않게 나무를 심고 그곳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는다. 여기 저기에 안내판을 설치해 천연자연을 왜 그대로 놔두어야 하는지, 습지를 산책할 때 안전주의 사항 등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 안내판 덕분에 천연자연 습지를 돌아다닐 때에는 반려견 조차 함께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려견이 짓는 소리로 아주 조그만한 자연들이 놀랠 수도 있고 혹여 반려견이 주위에 돌아다니는 그 어떤 것을 잡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 훗날 아니 현재 다가와 있는 자연환경생태의 무서움을 알기에 습지는 습지대로 놔두면서 갖가지 동물. 식물과 지역주민들이 다 함께 갈 수 있게 천천히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들도 분명히 시멘트로 둑을 쌓을 수도 있을 것이고,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우리하고 똑 같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하고 조금은 다른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자연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여야 한다.

생태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만이 아니고 선대가 목숨바쳐서 만들어 주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더더욱 각지역의 자연습지를 지키려면 부동산의 가치보다 자연환경의 중요함을 알고 그 어떤 것보다 자연환경의 중요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 정치인이 바뀌어야 하고, 둘째 공무원이 바뀌어야 하고, 셋째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오늘 생각지도 않았던 월평공원 갑천 자연하천구간 플로깅을 하고, 다시 그곳을 따라 걸으면서 레져만을 위한 자전거 도로, 시멘트로 둘러 쌓인 곳이 보였다. 마음이 씁쓸했다. 플로깅을 위해 달려온 승용차들을 보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승용차 보다는 대중교통, 일상생활용 자전거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다. 우리 모두가 낙엽이 뒹구는 길을 따라 두 정거장 정도는 걷는 모습이 되길 간절하게 바래본다. 또한 환경운동은 겉모습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자연환경지킴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끄러운 내 모습(그동안 자연환경지킴이는 내 일이 아니라고 등한시 했던..)을 상기해본다


                                     2021년 11월 27일 
                                       김명숙 글라라
시골이 아니라 도쿄의 하천 풍경. 도쿄 시내에서도 골목으로 들어서면 하천들이 많다. 수시로 비바람이 불고 하천이 넘치는 곳이지만 시멘트 구조물이나 시설 없이 자연적인 방법으로 관리한다.
도쿄의 신주꾸에서 30분 떨어진 곳이다. 대도시임에도 도시텃밭이 활성화되어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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