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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세 번째 아픈 삼척 되살리기 프로젝트 <삼척에서 맞이하는 아기 예수님> 강론_ 가톨릭기후행동

  • 관리자
  • 2021-12-25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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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아픈 삼척 되살리기 프로젝트 <삼척에서 맞이하는 아기 예수님>_가톨릭기후행동 211224

주님성탄대축일전야미사 강론 (마태1,1-25)/강승수 요셉 신부(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예수님께서 왜 이스라엘에 나셨을까요?
저는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가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은 왜 2000년 전 그때, 그 이스라엘 땅에 나셨을까?” 저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들렸던 어떤 신학자의 말씀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강생하신 그 때와 그 장소는, 역사상 생명들이 살기에 가장 어려운 때, 그리고 생명들이 목숨을 부지하기에 가장 척박하고 가난한 장소를 택해서 강생하신 것”

예수님 탄생하실 즈음의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배를 받던 때였습니다. 식민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막막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제시대를 통해서 그 참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와 자원과 사람, 심지어 혼을 다 빼앗아가는 체제가 바로 식민 지배 체제 아닙니까?

자연환경 또한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 이스라엘입니다. 요르단 강 주변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나무나 풀을 찾아보기 힘든 온통 바위와 약간의 모래 그리고 뜨거운 태양만 존재하는 땅입니다. 저는 성지순례를 하는 내내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도 무슨 낙으로 살지?”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비로소 ‘왜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택해서 태어나신 것일까?’하는 물음에 답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막막하고 가장 척박한 곳을 택해서 오신 분이 우리의 구세주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이 지구상에 강생하신다면 과연 어디에 오실까요?
누가 이 지구상의 가장 가난한 존재일까요?
인간들의 압제에 소리없이 죽어가고 있는 뭇생명들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의 산업문명을 떠받쳐 주기 위해서 희생되고 있고 죽어가는 생명들이 가장 가난한 존재들아닙니까?
저는 그 힘없는 존재들과 함께 하는 이들 곁에 예수님은 오실거라 믿습니다.

그 옛날 양들을 돌보며 외진 곳에서 밤을 지세웠던 목동들에게 당신의 모습을 가장 먼저 드러내셨던 것처럼, 여러분들과 같이 섬세한 생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곁에 예수님은 먼저 오실 거라 믿습니다.

저는 지난달에도 아픈 삼척을 위로하기 위한 1박2일의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제가 위로를 드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큰 위로를 받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핵발전을 몰아내기 위한 20년이 넘는 기나긴 투쟁과 마침내 얻어 누린 승리, 그리고 이제는 화력발전소와의 싸움을 수행해내고 계시는 여러분들의 기나긴 고난의 여정 가운데, 여러분들 안에서 희망의 싹들이 움터나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그 누구보다도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시면서 성원기 교수님은 ‘전국민 태양광 한 평 갖기’와 같은 좋은 대안을 창안해 내기도 하셨습니다. 부디 교회 안팎으로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에게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서 우리의 투쟁을 종용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 말미에, ‘비오니,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한 투쟁에서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라고 기도하라고 기도문을 만들어 주셨잖습니까? 생명을 죽이는 세력들과의 ‘투쟁’을 가열차게 하라는 말씀 아닙니까?

그런데, 그 투쟁을 하노라면 당연히 지치고, 심지어는 공황장애가 생기거나 모든 의욕이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삼척의 투사들은 기나긴 싸움을 해오면서, 정서적으로도 회복되어 다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는 방법도 마련해 둔 것을 알았습니다. 바로 창조주께서 주신 좋은 선물을 바닷가 집에서 누리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이 가열찬 투쟁의 원천이 어디인가를 알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으로 하고 계시는 신앙고백을 통해 여러분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존재와 힘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발전소 건설의 백지화를 막고 있는 이들은 무엄하게도 하느님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지난 달의 방문을 통해 하느님의 일하시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 나름의 치유를 받는 시간을 지내면서 과연 이미 와 계신 주님을 뵈옵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로 말미암아 죽어가는 생명들을 목도하면서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외치는 우리들 가운데에 주님께서 강생하셨습니다.

알렐루야!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루카2,10) 알렐루야!


*사진 출처: 맹주형 아오스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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