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검색
이미지명
이미지명
제도의 개선 > 공동체연대

제도의 개선

211030. 악양은둔소에 다녀와서

  • 관리자
  • 2021-11-01 21:14:00
  • hit1602
  • 211.46.221.218
<악양 은둔소를 다녀와서>

 지난 10월 30일, 교구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의 에너지 자립 마을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작은 형제회 악양 은둔소’에 다녀왔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위치한 악양 은둔소는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며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분야는 어렵고 전문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 때문에 평소 재생에너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구체적인 실천들을 알아보는 것을 소홀히 해 왔었다. 그러나 우연히도 이 탐방에 참가하게 될 기회가 생겼고 이번에 에너지 자립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다녀오게 되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 신성수 베드로 신부님 그리고 여러 본당에서 오신 형제, 자매님들과 하동으로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일정이 시작되었다. 돌아가면서 소개를 하시는 목소리들에서 이번 탐방에 대한 기대와 함께 가을 소풍을 가는 학생들처럼 명량한 들뜸도 느껴져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버스를 타고 오래오래 가야 해서 ‘그레타 툰베리’라는 영화를 함께 시청했지만 나는 저 작은 소녀의 짐이 안쓰럽게 느껴져 자꾸 눈길이 창 밖 가을 들판으로 향했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서자 글자로만 보던 섬진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산머리에서부터 쏟아 부어진 단풍들과 강가에서 자라난 그대로의 나무와 풀들, 낮게 핀 들꽃들에 정신을 잃고 매료되어 한참이나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은둔소에 계시는 두 분의 수사님께서 마중 나와 계신 식당에서 재첩국으로 점심을 먹은 다음 우리는 섬진강변에서 맨 발로 반짝이는 모래밭을 느긋하게 걷고 부드러운 강물에 발을 담그면서 하느님께서 지으신 세계가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지 새삼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악양이라는 이름처럼 악양 은둔소는 큰 산 속,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달리는 차 밖으로 팔을 뻗으면 주렁주렁 달린 주황색 감을 딸 수 있을 만큼 좁은 길을 구불구불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은둔소에 들어서자마자 깨끗하고 아담하다라는 인상과 함께 친환경 생태 화장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소변과 대변은 따로 분리되도록 되어있었고 톱밥을 뿌려 숙성시킨 후 밭에 퇴비로 쓰이는데 예상과 달리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이용하기도 불편하지 않았다. 
 은둔소는 외부에서 전기를 전혀 공급받지 않고 태양열과 태양광을 모아 그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기나 난방, 온수에 사용한다. 집열기는 판넬식 대신 원통형으로 설치 되었고, 기존 태양열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저온 보일러 방식으로 설계되어 겨울철 실내 온도가 20도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만약 보일러의 물탱크가 조금 더 컸다면 화목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고 태양열로만 난방을 자급자족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벽과 바닥은 우레탄을 두껍게 깔아 열손실을 최소한으로 했고, 다만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 장작을 태워 물을 데우는 기계를 이용한다. 물은 지하수를 이용하고, 두 시간에 한 번씩 공기를 순환시키는 타이머를 설정해 두어 쾌적하고 적절한 온도의 실내를 유지하게 했다. 
 이 밖에도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창문과 문, 조명에도 꼼꼼하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어느 곳 하나 허투루 지어진 곳이 없었다. 은둔소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시는 수사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에너지 자급자족에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라는 감탄과 함께 이곳 시스템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은둔소를 하나부터 열까지 설계하시고 지으신 프란치스코 수사님은 처음 5년은 전기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지내시면서 흡사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그곳 공기와 물의 흐름을 관찰하시고 주변에서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과 함께 충분한 교감을 나누신 후, 그 다음 2년 동안 지으셨다고 하셨다. 필요한 것만 하고 불필요한 것은 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정하시고 인간위주의 편리함이 아닌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택들을 하시며 건물을 지으셨다고 하셨다. 우리에게도 편리함은 고마움을 잊게 만든다고 말씀하시면서 올바른 방향을 세우고 습관을 바꾸며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들을 하며 살기를 당부하셨다. 

 돌아오는 길에 찬미받으소서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어쩌면 큰 탐욕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편하고 싶어서 선택한 삶의 작은 방식들이 기후 위기라는 결과를 가속화 하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조금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기꺼이 불편함을 택하는 것이 지구와 그 안의 피조물들을 아끼고, 나를 사랑하고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수사님께서 들려주신 당신의 경험과 지혜가 우리에게 힘이 된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들려주고 싶다는 늠름한 다짐도 해 보았다. 그리고 에너지 공부도 용기내어 시작해보겠다.

세종 성 프란치스코 성당
신소영 레지나

*사진출처: 고묘신 베네딕다, 이숙자 루시아, 정은희 율리안나, 최우성 이냐시오, 홍성옥 빅토리아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0]

열기 닫기

상단으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