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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여러분은 기후행동을 하시면서 언제가 가장 기쁘셨나요?
저는 크게 두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는 약 2년간의 세종환경부 앞에서의 제주 제2공항 반대미사를 약 2년간 매주 봉헌을 해나가고 있던중에, 마침내 원희룡 지사가 공항 건설 진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을 때였습니다.
저희의 힘만으로 공항건설을 막아낸 것은 아닙니다만, 그 미사를 통해서 꾸준히 사람들이 모였고, 반대의 목소리를 그치지 않고 냈던 것이 많은 이들에게 굉장히 큰 힘을 주었다는 것을 나중에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 계시는 활동가들이 그랬답니다. “제주와 직접 상관도 없는 육지 사람들도 저렇게 열심히 반대 운동을 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며 힘을 내셨다는 후문을 듣기도 했습니다.
참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제주2공항 반대의 승리는 완전하지도 못했고 현재진행형인 싸움이고, 작은 승리였지만, 이 승리의 기억은 그 이후에 끊임없이 다시 싸울 수 있는 커다란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세종 환경부 앞에서는 여전히 새만금 신공항 반대 미사를 드리고 있고, 대전 시청 앞에서는 보문산 난개발을 반대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둘 다 십여 차례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한 2년을 해야 그래도 좀 했다고 할 수 있는거 아닌가 하는 배짱이 생깁니다.
작은 승리의 기억은 우리에게 가장 큰 재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더라도 승리한 기억을 자주 매만지고 나누시는 기회를 가지시기를 기원합니다.
또 하나, 제가 환경운동을 하면서 작년에 거뒀던 수확, 참 기뻤던 일은 저의 논에 살고 있는 생명들을 잘 지켰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작년부터 논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약 2천 평. 열 마지기. 참 경이로운 체험이었습니다.
봄에 논에 물을 대고 써레질 해놓고 모내기를 했습니다. 그러고 난 삼일 뒤, 논에 가서 그 안을 들여다 봤는데, 그 물 속에 제가 넣었던 우렁이를 비롯하여서 온갖 생명들이 우굴우굴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신비로운 광경이었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다들 어디에 있다가 그리 아름다운 생명으로 약동을 하던지! 경이롭기 그지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한편, 길 건너 동네 근배 형님네 논은 관행논입니다. 제초제와 살충제 그리고 화학비료를 사용한다는 말이지요. 논에 물을 대기도 전부터 논둑에 삥 둘러 제초제를 먼저 치더군요. 풀들이 시커멓게 죽어 나자빠집니다. 그리고는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합니다. 모내기 해주는 이앙기 뒤에 보니, 하얀 플라스틱 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초제 넣는 통’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모가 심겨지는 동시에 제초제가 뿌려지는 스마트한 농기계였던 겁니다.
이 논의 물속을 들여다 봤더니, 제 논에 그렇게 득시글하던 작은 생명체들이 그 논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기이한 모습이었습니다. 섬뜩했습니다. 이것은 ‘학살’이다. 인간이 편리하게 농사를 짓고 수확을 많게 하기위해 이렇게 노상, 해마다 ‘학살’을 자행하고 있구나!
그 순간 교황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2019년 전세계 형법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 중에 ‘생태 학살’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생태학살은 평화에 반하는 범죄입니다’라고 하십니다.
두 논의 물 속을 들여다 보면서 저는 ‘작으나마 저의 논 열마지기에 몸붙여 살고 있는 생명들은 지켰구나...’ 하는 안도감과 뿌듯한 자부심이 차올랐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지키고 있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접속할 수 있으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충실하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우리 모두에게 주시기를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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