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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할 기회를 잡자

  • 강승수
  • 2020-07-09 09:32:33
  • hit512
  • 39.7.19.84
코로나로 행사들과 방문미사를 할 수 없어 농민회원들과 내가 머물고 있는 노송공소 신자분들 댁에 가서 농삿일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딸 때의 일이다.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신나게 두어 소쿠리를 따다가 자랑스레 주인장께 가져다드렸더니 하시는 말씀, “신부님, 방울토마토는 파란 꼭지를 붙여서 따야 해요. 꼭지가 없으면 주부들이 사 가지를 않아요.” 아뿔싸! 이 일을 어쩔거나, 내가 딴 토마토에는 거의 모든 토마토에 꼭지가 붙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쭈뼛거리면서 “이거 어쩐데요. 내일은 더 잘 할께요. 미안해요”라고 했다. 날씨도 더운데 말질해놓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더해져 땀이 줄줄 흘렀다. 잠시 후 주인장께서는 내가 딴 토마토들과 당신이 따오신 큰 토마토까지 챙겨 싸주시면서 “수고 많으셨어요. 가져다가 나눠 드세요.” 하셨다. 용서를 해주시는건지 내일은 오지 말라는 건지 아리송 했으나 용서해주셨다 치고 다음날도 갔다. 그날은 토마토하우스가 아닌 수박밭에서 일을 시켜주셨다.

나의 고교(논산 대건고등학교)시절 교목 신부님께서는 학생들이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 ‘이 아이를 어떻게 용서해줄까?’를 먼저 궁리하신다고 하셨다.
대개는 ‘어떻게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을까?’라던가 ‘어떻게 혼을 내야 고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말이다.
신부님은 무조건적인 용서가 전제된 교육철학을 갖고 계셨던 것이다. 이러한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이 인간을 감동하게 하고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한다.

전염병의 여파로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도 생겨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한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려움이 닥치면 자칫 누군가에게 탓을 하거나 구성원들간에 못살게 굴게 되기 십상이다.
그리하지 말고 교목 신부님처럼, 북한이 도발을 해 올 때, ‘아, 많이 어려운가 보구나! 어떻게 도와야 할까?’를 먼저 궁리해 보면 좋겠고, 남편이 예전처럼 돈을 많이 벌어오지 못할 때, ‘아, 남편은 더 힘들겠지. 퇴근 후에 양말 벗겨 발이라도 닦아 줄까?’하며 지금 용서의 기회,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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