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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923 기후정의행진
우리는 지난 9월 1일부터 “정의와 평화를 흐르게 하여라”(아모스5,24)라는 주제 성구를 가지고 실천하려 노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그 정의와 평화를 이루려는 거대한 강에 합류하고자 이 자리에 모여왔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여러모로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이들은 우리 미래 세대들입니다. 지금의 어른들은 미래의 세대들이 없는 듯이 행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공기와 물, 산과 바다, 강들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하느님의 것이요, 미래 세대들의 동반자들입니다.
우리는 지구의 세입자들인 것입니다. 셋방살이를 하는 주제에 주인들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허물고 파괴하고 죽여 없애고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절대로 허락이 떨어질 리 없는 만행을 저지르면서도 천하 태평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새로운 공항이 들어설 것이라고 하는 부산의 가덕도에 가 보았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산을 깎아서 거대한 바다를 메꾸어 활주로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산과 바다를 보았습니다.
어쩜 그리도 아름답고 평화롭던지요. 우뚝한 산을 배경으로 하면서 앞으로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작은 어촌 마을이 있었습니다. 산을 등지고 마을을 내려다 보았는데, 마치 그 마을과 어울어진 풍경이 어머니 품속에 안겨 있는 듯이 평화로운 광경이었습니다.
그 마을이 조만간 뭉개지고 사라져 버릴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마을을 조망한 후에는 공항이 건설되면 바닷 속으로 수장될 것이라고 하는 뒷 산에 올랐습니다. 저희가 한 시간을 올라도 다 못오르는 큰 산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미끄럽고 날은 어둑한데 무리를 해서라도 활동가가 저희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이끌었던 곳은 ‘동백나무 군락지’였습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울창한 동백나무 동산이었습니다.
그곳에 들어서면서 저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자연스레 형성된 숲이 지니고 있는 야생의 신령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어디를 가시던지 당신의 거주하는 공동체 정원의 한 부분은 손을 대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놔두었다고 합니다.
성인께서 이러한 신령함을 마주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백나무 숲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거룩함이 담겨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신령한 산을 뭉개서 저 바다에 빠뜨리고 그 위에 콘크리트가 부어져 공항이 만들어진다는 상상을 하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그 어리석음과 탐욕에 치가 떨려왔습니다.
지난 봄 세종에서 있었던 ‘414 기후정의 행진’에 오셔서 작은 체구의 그 활동가의 외침이 어찌 그리 애절했던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공항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가 본다면 감히 그곳을 허물 생각을 하지 못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한번 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곳을 만드신 하느님의 엄위하심을 느끼고 그분 작품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시간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가덕도의 아름다운 광경을 거닐면서 사랑하는 여러분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어머니 품속 같은 이곳을 꼭 함께 걸어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헌데, 여러분들은 빨리 가면 만나실 수 있는 가덕도의 하느님 숨결을 우리 미래 세대들은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의 만행으로 파괴되어 사라지고 있는 생명과 하느님의 작품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힘차게 앞으로 나아갑시다.
2023 창조시기 기도
만물의 창조주시여,
당신 사랑의 친교에서 생명이 거대한 강처럼 솟구쳐 나왔고
온 우주가 생겨났나이다.
육화하신 당신의 말씀은
모든 피조물을 위해 평화와 정의를 선포하며
생명을 주는 물과 함께
사랑으로 넘치는 이 지구 위로 퍼져가나이다.
당신께서는 당신의 정원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
저희 인간을 부르시고
저희를 모든 피조물과 올바른 관계에 두셨나이다.
그러나 저희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장 취약한 이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이다.
저희는 흐르는 사랑의 친교를 깨뜨리고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당신께 죄를 지었나이다.
저희는 동료 생물종의 감소와 그들의 서식지 상실을 슬퍼하고,
쫓겨나거나 멸종된 생명과 함께
인간 문화의 상실을 가슴 아파하며,
저희 자신과 지구에 가져온
죽음, 전쟁과 폭력적 경제로 고통받고 있나이다.
저희 귀를 열어주시어
성경과 창조의 책을 통해 저희를 부르시는
창조와 화해와 격려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생명을 주시는 당신의 물로 다시 한 번 저희를 축복하시어
창조주의 성령으로 저희 마음에 정의와 평화가 흐르게 하시고
모든 피조물로 넘쳐흐르게 하소서.
저희 마음을 열어 주시어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의 생수를 받고
고통 받는 형제자매들, 주변의 모든 생물과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함께 나누게 하소서.
저희가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도록 축복하시어
하느님 정의와 평화의 생수를 주는 여러 시냇물이
지구 전체를 흐르는 거대한 강이 되게 하소서.
모든 피조물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오신 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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