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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에서 ...

  • 임상교
  • 2020-04-10 11: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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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5.138.9.108

하늘이 맑습니다. 미세먼지 걱정으로 창밖을 확인해야 했던 기억을 잊어버리고 지냅니다. 재난안내 문자가 손전화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찍힙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퇴근 후 약속 잡지 말,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달라는 내용입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손전화를 보라고 재촉합니다. 시에서 보낸 코로나 주의사항과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읽습니다. “오늘 확진자는 몇 명”, “약속 잡지 않기”,“퇴근 후 집으로 곧바로 가기”…. 그런데 고민합니다. 공동체가 위치한 지역의 작은 가게와 그곳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매체에서 들리는 소리는 장사가 안돼서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데 모이면 안 된다고 하니…. 망하게 내버려 둬야 하나.

 

사순절 금육과 단식으로 모은 예물로 나눔을 실천하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단식과 금육은 지역 가게를 이용하고 알맞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아닐까? 금육과 단식으로 예물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 금육과 단식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합니다.

 

산에 갑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시설이 잘 갖춰진 공간 안에서 일정 비용을 내고 모였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산과 천변은 커피숍처럼 붐빕니다. 조용한 사색과 명상을 위해서 찾았던 곳, 그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서 가능했는데, 이제 그럴 공간이 사라졌습니다.

 

탄소 배출이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들숨 날숨을 크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좁은 도로를 탓하며 공회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그리고 도로를 넓히면 넓힐수록 정체가 더욱 심해지는 신비를 경험하면서 좁은(?) 도로를 탓하던 시간의 기억은 희미해져 갑니다.

강국에 의해서 야기되었던 전쟁이 멈추고, 세금을 낮추고 면제하고 유류가격도 낮춰졌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아지게 되었고,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대중영합주의라는 비난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던 국민기본소득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연대성과 약함이라는 가치의 재발견이 이뤄지는 세상. 놀랍습니다.

 

역설입니다. 재난이라고 하는데 지구환경은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가난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지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문제는 인간입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달렸습니다. 그리고 멈추지 않았지요. 아니 멈추는 것은 악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스스로 멈출 수 없어서 그래서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타력에 의해서 멈추고 나니, 아! 이전에 경험하고 누렸던 것과 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을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시간 속에 지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바이러스의 공포는 반복될 수 있다. 더군다나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빙하 속에서 잠들었던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재개하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공포는 아주 작은 사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간 문명의 지속을 위해서 남은 시간이 10년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지구는 유기체입니다. 지구 위에 사는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유기체인 지구 안에서 하나로 연결된 생명의 끈 안에서 우리는 경험하고 깨닫습니다. “나의 건강은 이웃의 건강함과 다른 생명의 건강함으로 유지되고 지켜진다.”

 

코로나 19사태로 지구는 이전보다 건강해질 것입니다. 다만 지금 느끼는 것은 뭔지 모를 슬픔과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연약함입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잔인함을 느끼는 봄, 인간의 경험하는 현실과는 상관없이 꽃은 피고 지면서 홀로 여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창조는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잔인하게 질서를 유지한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은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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