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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야 하는 세상

  • 강승수
  • 2019-12-26 22:39:52
  • hit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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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가 농사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는 김용산 선생님 댁에 고구마를 사러 갔다. ‘뭘 가지고 갈까?’, ‘그 댁에 없는 게 뭘까?’를 생각하니 ‘오리알’이었다. 집에서 기르는 오리가 선물해준 오리알 몇 개를 챙겨 가서 사모님께 드리고 고구마를 들고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유기농 고춧가루 한 봉다리, 오리와 닭에게 주라고 청치(덜 익어 푸른 쌀)도 한 보따리를 덤으로 안겨주신다. 고춧가루는 어머니께 상납했고, 청치는 모이로 주고 나니 돌고 도는 것을 보게 된다. 오리알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리니 고춧가루와 청치로 따뜻한 마음이 되돌아 왔고, 알을 낳아준 오리가 청치를 먹고 또 알을 낳고 있으니, 한 마디로 ‘순환’이다.

 

지금 지구가 ‘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많이 아프다. 편리하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순환’이 되지 않고 바닷가에 겹겹이 쌓이고 있으며, 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 크기의 플라스틱 섬이 바다 생물을 죽이고 있다. 한편, 사람들이 매일 싸고 있는 똥이 예전에는 귀한 자원이었으나 이제는 퇴비로 ‘순환’되지 못하고 화학적으로 처리를 해서 버려야 하는 오염물질이 되어버렸다. 사람 혈관의 어느 곳이 막히고 ‘순환’이 되지 않으면 그 몸의 지체가 썩게 되고 건강을 잃어 목숨을 위협받게 되듯이 지구도 ‘순환’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똥, 핵물질 등의 문제로 인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유기농사의 유기(有機)라는 말의 뜻은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유기(有機)라는 말은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핵심 내용인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3-6항]”라는 말씀과 그 맥이 닿아 있다.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고 그리하여 서로 통하고 ‘순환’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인데, 사람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여 지구가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생물과 무생물을 망라한 모든 존재들이 서로 통하지 못하고 한 부분이 막히거나 순환이 되지 못하여 지구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으나, 가톨릭 농민회원들은 유기농사를 지으면서 단순히 먹거리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지구를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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