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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기 그리고 살기

  • 임상교
  • 2019-07-31 16:10:20
  • hit25
  • 121.159.170.47

가끔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고민하게 됩니다. 짜장과 짬뽕 사이의 고민은 아닙니다. 먹고 싶은 것과 먹을 수 있는 양 사이의 고민입니다. 식당에서 주문해서 먹는 음식의 양은 대부분 많습니다. 누군가는 푸짐하다고 하지요. 그리고 달거나 짜고 맵습니다.

음식이라고 부르는 생명을 먹어서 살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김치, 열무, 된장…. 모두 숨을 쉬던 생명이지요. 그래서 함부로 남기지 못합니다. 한국사회에서 남긴다는 것은 버린다는 것이고, 버린다는 것은 폐기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먹으면서 생명을 폐기하는데 협력할 자신이 없어서,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때, 먹을 수 있는 양을 고민합니다. 그래서 적게 시키고 부족하게 먹습니다.

씹지 않아도 됩니다. 불에 살짝 구워 입에 넣으면 살살 녹습니다. 제법 두툼한 것도 입에 넣고 씹으면 근육이 아니라 기름을 씹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쌉니다. 노동력을 들이지 않게 가공된 상품을 제공해서 비싼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저는 비싼 음식을 먹고 나면 몸에 이상이 옵니다. 일단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양치하면 구역질이 납니다.

옥수수를 먹이고 사육한 생명체였던 소가 잘리고 해체되어 고기의 어느 부분이라는 표식을 달고 상품이 되어 고객에게 주어집니다. 사람들은 듬성듬성 보이는 기름띠를 보고 감탄합니다. 맛있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내 몸이 저렇다면?” 근육 사이사이에 기름이 띠가 박혀 있는 모습을 보고 좋다고 감탄할 수 있을까?

생명이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지요. 그저 고기일 뿐입니다.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신성한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생명을 먹어서 지속하고 유지되는 생명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니 느끼려고 하지 않습니다. 생명이 아닌 것은 자원이고 자원은 이용가치에 따라 폐기 가능한 물건일 뿐입니다. 생명을 먹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넘치고 넘쳐야만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성당과 교육관 사이에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2년 전에 심은 백련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텃밭이 너무 깨끗해졌습니다. 누군가 풀을 뽑았습니다. 제가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으니 누군가가 수고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좀 아쉽습니다. 올해는 풀을 뽑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풀이 자라서 밭을 뒤덮더라도 이미 자리를 잡고 뿌리를 굳게 내리고 있는 백련초는 잘 견뎌낼 것이고, 겨울이 다가오면 풀을 잘라서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려 했는데…. 여하튼 너무 게을러 보였던 것 같습니다. 기왕 먹은 마음이니 내버려 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녀석들이 자라난 땅에 만들어진 숨골에 누가 살고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백련초들이 답답해하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잘 견뎌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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