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코앞에 닥쳐도, 지배 권력은 그 속성상 현재의 지속, 곧 현상 유지를 원한다. 새로운 미래는 기존 질서의 교체와 기득권의 상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를 ‘영원’으로 절대화하면서 미래의 새로운 전망을 그릴 상상력을 제거한다. 권력에 복무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는 진실을 외면하고 현실을 왜곡한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좀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그렇게 우리도 현재에 안주하며 또 다른 세상을 요구할 의지를 잃는다. 변화를 요구하는 희망을 두려워하고 억누른다. 대안을 찾자고 외치는 사람을 외면하고 배척한다. 이런 현실 집착에는 갈 길을 잃은 절망이 숨어 있다. 우리의 무관심과 무감각과 무기력을 먹으며 시대의 어둠은 깊어진다.
문제의 본질과 위기의 근원을 외면하며 현재를 고집하는 한, 결과는 파국뿐이다. 어둠이 억눌러온 현실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을 회복할 때,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죽음을 잉태한 현실을 그대로 보고 애통해하는 것이다.
ㅡ기사 본문에서 발췌
■기사 출처
[조현철의 나락 한 알]예언자, 김종철_ 경향신문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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