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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해괴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하루만에 졸속 통과? 어림도 없다

  • 관리자
  • 2021-06-27 1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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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해괴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하루만에 졸속 통과? 어림도 없다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국가 정책의 방향을 규정하거나 다른 법률의 근간이 되는 ‘기본법’이다. 하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법이다.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선언한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첫 단추인 셈이다. 작년 54일간의 긴 장마와 감염병 코로나19 이후 더욱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 법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을까.
민간 영역에서 충분히 알리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법안 초안인 환경부-전문위원 의견안은 비공개 상태로 검색도 되지 않는다. 논의 과정이나 쟁점도 살펴보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차 심사였던 5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소위는 별도 토론 없이 전문위원 보고만 진행되고 끝났다. 길게 보면 10개월 전 발의된 관련 법안에 대해 처음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 다음 회의가 바로 4일 뒤인 6월 28일이다. 이때 그동안 발의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법 7개 법안이 ‘환경부-전문위원 의견안’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문제는 이 두 번째 회의에서 하루만에 최종안이 통과되고, 다음날인 6월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로 법제화가 유력하다는 점이다. 지난 6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당정청이 협의해 6월 안에 탄소중립 기본법 등을 통과시키라고 말한 바 있다.
기후위기를 막는 데 있어 신속한 대응은 중요하다. 그런데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폐쇄적으로, 하루만에 졸속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를 위한 기본법을 이런 식으로 몰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내용마저 문제가 많다면, 숙고할 시간을 갖고 재논의해야 마땅하다. ‘환경부-전문위원 의견안’이 가진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명칭부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다. 필연적으로 탄소배출을 늘리는 GDP 기반의 ‘성장주의’는 탄소중립과 공존할 수 없다. 게다가 ‘녹색성장’은 4대강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망령이다.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위기를 막기보다 개발과 토건사업으로 온실가스 총량을 오히려 늘린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둘째,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협소하다. 현재 ‘환경부-전문위원 의견안’에는 기후위기에 대해 ‘극단적인 날씨,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로 서술되어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초래되는 구체적인 사회적 피해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를 넘어서 경제, 사회, 안보, 인권 관련 과제들에 영향을 미치는 시급한 국제적 위협’으로 서술한 P4G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만도 못하다.
셋째, 2030 국가별 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빠졌다. 2050 탄소중립은 있지만 당장 시급한 10년 뒤 목표는 법에 명시하지 않은 채 회피하고 있다. 최소한 국제사회에 발맞추어, 유엔 IPCC에서 제시한 기준인 2010년 대비 45% 감축에 준하는 목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여당과 제1야당을 막론하고 NDC 50%로 상향을 요구하는 법안 발의 등의 목소리가 분출되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넷째, 기후위기의 핵심 당사자가 빠져 있다. 정의로운 전환 부분에서 ‘노동자’와 ‘지역’만 명시되어 있는데,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농어민과 소상공인, 청소년 등이 전환과정에 참여할 주체로 포함되어야 한다.
다섯 번째, 탄소예산 관련 정부의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 먼저 탄소예산제도의 원칙은 우리가 설정하는 목표가 아닌, 1.5도씨 이내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붙잡아둘 수 있는 목표로 상황에 맞게 설정되어야 한다. 더하여 매년 해마다 이행점검을 거쳐 탄소예산을 지키지 못했을 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에 대한 처벌, 예산 삭감 등 규제조항, 국민들의 정보접근권 보장, 투명성 등 책임성 강화를 위한 원칙이 명시되어야 한다.
이렇듯 절차적, 내용적 문제가 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고작 하루만의 심의를 거쳐 지금의 의견안과 별 차이 없이 통과된다면, 이는 치열한 쟁점 토론 없이 정치적 야합으로 날치기 입법되는 것을 뜻한다. 짧게는 10년, 길어도 수십 년 안에 전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중대한 법안을 이렇게 졸속으로,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2030 국가별 온실가스감축목표도, 기후정의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도 빠져 있는 기본법은 재고되어야 한다.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회와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6월 안에 졸속으로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숙고하여 재논의하라.
하나, 국회와 정부는 기본법에 2030 국가별 온실가스감축목표 또는 유엔 IPCC와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1.5도씨 기준에 부합하는 목표 및 원칙을 명시하라.
하나, 국회와 정부는 농어민, 소상공인, 청소년, 사회적 약자 등 기후위기의 핵심 당사자와 탄소예산 관련 정부의 책임과 규제조항 등 기후정의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명시하여, 기후위기를 함께 막아낼 주체로서 시민의 제반 권리를 보장하라.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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