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운치 낙동정맥 마루금 '민둥산'으로 …
100년 키운다던 금강소나무숲 '싹쓸이'
산림을 초토화하듯 나무를 베어낸 강원도 홍천 지역의 민둥산 사진에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계기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조선일보’까지 가세해 산림정책을 둘러싼 이념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다.
산림청의 거듭된 해명과 함께 많은 전문가들이 논쟁에 참여하며 산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최근 산림청은 오마이뉴스와 조선일보 등에서 지적한 벌목 현장은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 부문 추진전략’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유림’이라고 해명했다. 싹쓸이 벌목에 대한 고발과 문제 제기 차원에선 의미가 있지만, 산림청의 탄소중립 추진전략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국유림에서 해온 경제림 벌목작업은 어땠는지 경북 봉화군과 울진군에 있는 국유림 벌목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편집자주>
9일 오후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2리 답운치(685.7m) 정상.
험한 임도를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니 정상부 일대가 온통 민둥산이다. 베어낸 나무들은 주로 소나무와 일본잎갈나무(낙엽송)들이다. 중간중간 강풍에 쓰러진 일본잎갈나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있는 상태에서 '모두베기'로 벌채됐다.
최병성 초록생명평화연구소장이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를 줄자로 쟀다. 대부분 밑지름 50~60cm 정도였고 70cm가 넘는 소나무도 있었다. 수령 43년의 일본잎갈나무 그루터기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수령 20년 무렵엔 나이테가 촘촘하고 그 뒤로 30년~40년이 넘어갈수록 나이테가 점점 넓어지는 게 뚜렷하다. 나이테가 넓다는 건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했다는 뜻이다.
최 소장은 "수령 20년 정도에 숲가꾸기 간벌을 해서 그 뒤부터 생장이 활발해진 흔적으로 보인다"며 "국유림 안에서 이런 싹쓸이 벌목이 이루어졌다니 정말 큰 문제"라고 말했다.
큰 나무들을 싹쓸이 벌채한 자리엔 높이 25cm 가량의 소나무 묘목과 일본잎갈나무 묘목들이 심겨 있다. 생명력이 강한 일본잎갈나무 묘목들은 군데군데 살아서 새싹을 틔우고 있었지만, 소나무 묘목들은 거의 다 말라 죽은 상태였다.
이곳 답운치는 태백 삼수령(피재)에서 부산 다대포 몰운대(沒雲臺)에 이르는 낙동정맥(洛東正脈) 마루금이다. 백두대간 마루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모두베기' 벌채가 낙동정맥이라는 이유로 벌어졌다.
낙동정맥은 피재-묘봉-삿갓재(1084m)-백병산(1154m)-진조산(908.4m)-답운치로 이어져 청송 주왕산 쪽으로 달려간다. 산맥 개념으로는 태백산맥 남쪽구간에 해당한다. 답운치 동쪽은 동해안으로 가는 불영계곡 수계, 서쪽은 낙동강 수계인 회룡천이다.
백두대간의 중요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밀려난 낙동정맥은 요즘 풍력 개발로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낙동정맥(태백산맥)의 생태적 중요성은 백두대간과 비교해 절대 낮은 게 아니다.
빙하기가 전성기였을 때 해수면의 높이는 지금보다 150미터 가량 낮았다. 그때 일본 열도는 태백산맥-오륙도-대마도를 통해 육지로 이어졌다. 동아시아의 눈으로 보면 낙동정맥(태백산맥)의 동식물 이동통로 기능이 백두대간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답운치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2.5km 정도 소광리 쪽으로 내려가면 쌍전리 금강소나무숲이 나온다.
입구에는 "이 지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소나무숲으로서 귀중한 산림자원의 보고입니다"라는 남부지방산림청 안내표지가 서 있다. 안내판 뒤에는 이 일대가 '답운재 경제림 시범단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낡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답운재 경제림 시범단지 조성현황을 보니 이 일대는 '숲가꾸기 시범림 지속 추진으로 산림교육장 및 홍보공간'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울진 영림계획구 75~79임반'의 면적은 1542ha에 이르고 인공림은 445ha(29%), 천연림은 1097ha(71%)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9억1400만원을 투입해 △조림(4ha) △어린나무 가꾸기(50.6ha) △간벌(423ha) △천연림 보육(392.2ha) △천연하종갱신(주변의 나무씨앗이 떨어져 자라게 하는 방식. 3ha) △기타(61.5ha) 등의 사업을 시행했다.
산림사업의 목표는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양질의 목재를 생산하는 산림'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향후 숲의 모습에 대해 산림청은 2003년 현재 56㎥인 임목축적량을 △2013년 ha당 78㎥ △30년 후 2033년 ha당 122㎥ △100년 후 2103년 ha당 276㎥로 전망했다.
'100년 숲을 가꾸어 양질의 목재를 생산'하고 '시범단지 조성으로 사유림 산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기대효과까지 잘 설명돼 있다.
임도를 따라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그런데 골짜기 양쪽으로 모조리 싹쓸이 벌목(모두베기)이 된 현장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벌목한 지가 꽤 지나서 벌목지에는 7~8년생으로 보이는 어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산중턱으로 올라간 임도에서 드론을 띄워 골짜기 전체를 찍었다. 100년 숲을 가꾼다던 산림사업 목표는 어디로 갔는지 골짜기 양쪽 전체가 모두베기를 한 모습이다.
싹쓸이 벌채는 최근 문제가 제기된 강원도 홍천군 일대 사유림이 아니라 국유림 안에서 먼저 시작됐다.
그것도 산림청 스스로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소나무숲, 100년 숲을 가꾸어 사유림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시범림에서.
내려오면서 보니 골짜기는 겉흙이 다 쓸려나가 큰 돌들만 남은 상태다. 골짜기 아래 큰 사방댐은 댐 안이 흙과 모래로 가득차서 개울물이 폭포가 되어 흐른다. 사방댐 뒤로는 새로 임도를 낸 산비탈이 무너져 긴급 사방공사로 복구해놓았다.
이날 오후 찾아간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일대 장군봉 산줄기(1042.4m) 국유림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식생대(수림대)를 남겨놓긴 했지만 모두베기는 마찬가지였다. 남겨진 식생대와 싹쓸이된 벌목지대가 마치 추상화 미술작품을 연상케 했다.
이 3곳의 드론 사진을 구체적인 장소와 함께 산림청에 보냈다.
여기에 대해 이미라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현장 확인 결과 3곳 모두 국유림 내 경제림 지역이며 국유림이라고 해서 모두베기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국장은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현장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산림정책의 눈높이를 국민과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진 봉화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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