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일자리 부족 문제가 어찌 기술변화만의 문제였던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하룻밤 새 없애버린 경제위기는 기술변화 때문이 아니다. 지난번 세계적 일자리 위기의 근원은 금융이고 불평등이었다는데, 이를 고쳤다는 소식은 없다. 결국 경제 시스템의 문제이고, 우리가 선택한 정책과 제도의 문제였다. 그런데 인공지능 소식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술혁명 시대에 걸맞은 파격적인 기업 지원과 규제개혁을 주장하거나, 신기술에 노동자가 빨리 적응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은근히 노동자에게 힘겨운 책임을 넘기기에 바쁘다. 물론 혁신과 훈련이 모두 필요한 일이지만 핵심은 빼두고 변죽만 울려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일자리 숫자만 따지다 보니 일자리의 질을 보지 못한다. 예컨대 컴퓨터 시대의 문제는 대량실업이 아니라 좋은 중간층 일자리의 상실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또 그렇게 형성된 새로운 부가 나누어지는 방식의 문제다. 현란한 신기술이 가리키는 곳이 아니라 그 현란함 때문에 그늘진 곳을 살펴야 한다.
[이상헌, 바깥길] 인공지능 개척자의 일자리 걱정_한겨레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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