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집들을 보여 주는 한 사진이 있습니다. 기와집 한쪽 끝이 보이고, 그 뒤로 하늘과 나무들이 보이고, 한 나무에 까치둥지가 있습니다.
까치 한 마리는 나무 위에 앉아 있고 한 마리는 밑에서 날고 있습니다. 까치집과 기와집, 그리고 이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집 마당에 개가 사는 집이 있을 수 있겠지요?
사람을 중심으로 보면, 사람집은 까치집이나 개집과는 다릅니다. 존재의 격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밑으로 내려가 보면, 까치집은 나무에 지어져 있고, 나무는 땅을 집으로 해서 존재합니다. 땅은 까치에게 집의 집의 집인 셈입니다. 사람이 사는 기와집은 땅 위에 지어져 있으니, 사람의 집의 집은 땅이 되고, 개집 역시 땅을 바닥삼아 존재하니, 개의 집의 집 역시 땅입니다. 집의 계보를 따라가 보니, 까치와 개와 사람이 한 집, 땅 위에서 땅을 집 삼아 사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의 집을 어떻게 알고 그려 가는지에 따라서 가족과 친구의 규모와 사목의 규모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의 바닥, 우리의 집의 규모는 어떤지요? 자신의 바닥을 알고 살아가는 태도와 규모에 따라 하느님의 집안 살림에 참여할 가능성과 역동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느님, 당신의 집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주시고, 당신의 집에 사는 것들과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당신 성령의 빛과 손길 안에서요, 주님.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자문위원 황종열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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